[수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어제는 행복했는데, 오늘부턴 고민인데요?”

‘겨울의 전설’을 완성한 다음 날, 수원FC를 지휘한 조덕제(50) 감독은 “남들은 즐거운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고 나니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선수단을 다시 꾸려야 하는데…”라며 기쁨 반, 걱정 반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수원FC는 2016년 그야말로 ‘정글의 세계’에 접어든다. K리그 클래식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무대로, K리그 챌린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조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승격 다음 날인 6일 홈구장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오늘 전체 선수단과 저녁을 먹으며 한 해 성과를 자축하기로 했다”면서 ”내일(7일)부턴 아니다. 떠나보낼 선수도 통보해야 하고, 데려올 선수도 고민할 것이다. 클래식에서 살아남을 구상에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첫 판 서울이랜드전이 가장 떨렸다” 

조 감독은 서울이랜드와 대구FC, 부산 아이파크를 연달아 누르고 내셔널리그(3부) 출신 최초로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하는 기적을 쐈다. 전체 예산 55억원에 불과한 ‘미생’ 수원FC의 승격은 국내 프로축구 스토리라인 구축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조 감독은 지난 달 25일 서울이랜드와의 챌린지 준플레이오프가 가장 신경쓰였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대구와의 챌린지 플레이오프,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는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서울이랜드가 대표 선수들도 데려올 만큼 선수들이 좋지만 신생팀 아닌가”라고 반문한 그는 “‘올해 창단된 팀에 질 수 없다, 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가장 많이 긴장했고 전날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반면 5일 열린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후반 종료 직전 자파가 2-0 완승을 결정짓는 쐐기골을 넣었음에도 벤치에 서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가 있었다. “속으론 좋았지만 부산은 창단하고 처음 강등되는 것이다. 상대팀 마음도 생각하고 싶었다. 자파 득점 땐 거꾸로 차분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봤다”고 했다.

[부산=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조덕제 수원FC 감독이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이겨 승격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받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수술만 7번 “걷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축구계에선 조 감독을 가리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지도자”라고 한다. 그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대우 로얄즈(현 부산)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대우엔 대표급 선수들이 많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출신대학(아주대)이 대우 산하여서 갈 수밖에 없었는데 1989년 베스트11에도 뽑혔고 213경기를 뛰었으니 할 만큼 한 셈이다”는 조 감독은 “수술을 7번 했다. 결국 발목 부상으로 한국 나이 32살에 은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왼 무릎 수술 4번에 오른 발목 수술 2번을 했다. 어깨 수술도 한 번 했다. 실제로 바지를 걷어올린 그의 무릎엔 수술 자국이 남아 있었다. 왼 무릎은 조금만 움직여도 어린아기 팔이 빠지듯 곧잘 빠졌다. 연골이 닳아 무릎을 연결하는 두 뼈가 ‘딱딱’ 소리 날만큼 부딪히기도 했다. “나중에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수술 당시 의사에게 들었다”는 그는 “그래도 축구만 하면 좋다는 생각에 수술을 했다. 지금도 ‘책상다리’는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조 감독이 지도자 길을 걸은 뒤 가장 챙기는 게 제자들 부상 관리다. 그는 이날도 한 선수가 깁스를 풀고 숙소에 나타나자 “너무 빠른 것 아니냐. 뼈가 더 굳어야 할 것 같은데…”라며 걱정했다. 

지도자 생활도 편치는 않았다. 1996년 아주대 코치로 출발한 그는 김희태축구센터, 아주대 감독 등을 거쳐 2012년 수원FC 감독에 올랐다. 하지만 조 감독 스스로는 2011년을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꼽는다. 그는 2011년 수원FC 유소년을 담당했는데 말이 유소년이지 비등록 순수 아마추어 신분, 그 중에서도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주로 가르쳤다. 조 감독은 “돈도 적고,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 차고 뛰어놀았던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면서 “그런 고생을 했기에 지금 승격과 ‘챌린지 감독상’ 영광을 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

[부산=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수원FC 선수들이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이겨 승격을 확정지은 뒤 기념 현수막을 꺼내 자축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수원 더비? 한 번은 이겨야 더비 아닌가” 

다음 시즌에 대한 조 감독 걱정은 괜한 걱정은 아닌 것 같다. 임성택 김창훈 김재웅은 상주 상무나 안산 경찰청에 입대하고, 김종우는 원소속팀 수원 삼성으로 돌아간다. 임하람도 원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와 거취를 상의해야 한다. 권용현, 자파는 다른 팀 러브콜을 받는 등 주전급 중 절반이 팀을 떠날 운명에 처해 있다. 조 감독은 “대학 졸업생들로만 꾸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클래식 선수 영입하려면 후보 선수들도 이적료가 1억원이 넘어간다”며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 번 잡은 ‘클래식 기회’를 내년 겨울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염태영 수원시장께서도 6강 이런 것보다는 ‘힘들게 올라갔으니 떨어지지만 않으면 잘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는 그는 “전북 현대나 수원 삼성처럼 훌륭한 팀도 있지만 해 볼만한 팀도 클래식에 있다. 우리가 전력을 얼마나 잘 꾸리고, 선수들이 동기유발을 잘 하는가에 따라 내년 운명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 삼성과의 ‘수원 더비’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가 15년째 살고 있는 집은 수원 삼성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다. 조 감독은 “K리그에도 더비 매치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며 “내년 3번 붙으면 한 번은 이겨야 ‘더비’란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개막전에 붙을 것 같은 예감도 들지만(웃음) 공은 둥글다. 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지만 꿈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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