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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세컨드 윈드: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FC KHT | 승인 2018.11.19 15:27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출근시간대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날, 수험생의 시험장 이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국민적인 배려가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저마다의 꿈을 안고 임하는 수능시험의 긴장감과 압박감은 무슨 말로도 덜기 어렵다. 그 부담은 온전히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날 수능 시험장에도 운동을 하다 그만 두고 학업의 길로 들어선 이들이 많을 것이다. 통계기록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교 졸업 축구 선수 기준으로 K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은 2.6%. 그마저도 K리그 유스팀 우선 지명선수를 빼면 1%에 불과하다. 
99%의 축구부 학생이 프로가 되지 못하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엘리트 체육이라고 부르는 학원 스포츠 운동부 학생들은 학업 시간을 줄이고 운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왔다. 
이제 한국 학원 스포츠도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개별 선수 입장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제도 개선은 큰 틀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결국 변화는 개별적으로, 스스로 이뤄야 한다.

▲ 2018년 11월 15일 수능 시험 현장 ⓒ연합뉴스

◆ 공부하는 선수, 엉덩이가 더 강하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다. 체력과 집중력, 인내심으로 버텨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하다가 공부로 전환하거나, 혹은 운동을 하며 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하다 공부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선수로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있다. 그 성공 사례 중 한 명인 김가람 변호사(법무번인 린)는 보다 실증적으로 설명했다.
"세컨드 윈드라는 말이 있어요. 운동한 사람은 다 알아요. 처음에 축구를 하고, 경기를 하고, 훈련을 할 때. 숨이 턱까지 차서, 숨 쉬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때 코치들이 더 뛰라고 해요. '뛰면 된다.' 그렇게 말하시는데, 실제로 거기서 뛰면 그 힘든 부분이 가라앉아요. 체육에서 말하는 것은, 몸이 도저히 더 운동을 할 수 없을 체력 한계 지점이 사점이고, 그 부분을 넘어서 몸이 편하게 되는 부분이 세컨드 윈드라는 거에요. 일반 공부만 하는 사람은 잘 모릅니다. 공부는 보통 그 지점까지 안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운동 선수들은, 정말 몸이 힘들 때 정신력으로 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으로 공부를 해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시절 서울시 지역 최고 대회 맹호기에 참가해 3위에 올랐던 주전 스트라이커 출신. 김가람 변호사는 중학 시절 자신의 재능이 프로로 성공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서울체고로 진학해 학업과 공부를 병행했다. 그리고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고,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
김 변호사는 대학 졸업 이후 진로 확장을 위해 성균관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그리고 변호사가 됐다. 스포츠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동시에 한국축구과학회 이사, 대한축구협회 풋살연맹 이사로 일하며 축구계와 끈도 이어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체육교육과에 들어갔지만, 서울대에서 공부로만 들어온 학생들과 경쟁을 원해 복수전공을 했고, 높은 학점을 받았다. 그는 특히 조별 수업과 팀 프로젝트에 강점을 보였다. 개인주의적이던 학업 환경 안에서 그는 리더십과 조직력을 발휘했다. 동기부여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특히 강했다.
"축구를 하면, 11명이 경기해요. 내가 안 뛰면 다른 사람이 뛰어야 하죠. 자리를 메워야 해요. 그게 본능이 되고, 체화됐어요. 이런 마음을 공부에 대입하면 못할 게 없어요. 공부를 왜 해야 하나,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계기가 없을 뿐이에요."
김 변호사는 운동을 하다가 공부로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다고 힘을 준다. 누구나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선 안된다. 공부를 해야하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동기부여는 거기서 온다. 김 변호사는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선수를 하다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분도 있다"고 했다.

▲ 홍콩 유소년 축구는 프로보다 명문대 진학을 원하는 우수 선수가 많다.

◆ 공부해야 하는 학생, 스포츠의 교육적 -사회적 가치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운동도 잘합니다."
홍콩에서 프로 선수로 뛴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활약 중인 김판곤 위원장은 홍콩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아이들은 성인 대표팀에 없다고 했다.
1997년까지 영국 식민 지배 아래 있던 홍콩. 홍콩 사람들은 영어에 능통하고, 영국 문화에 익숙하다. 기반 시설과 교육 시스템, 영국 학교와 연계 체계도 잘 구축되어 있다. 영미권 명문 대학은 입학시 학창 시절 체육 활동에 대해 가산점을 준다. 그런 이유로 영미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운동부 활동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홍콩에서도 축구부 활동을 통해 영국 대학 진학시 가산점을 얻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선수가 많다. 홍콩에서 청소년 대표까지 활약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는 영국 명문대 진학이 결정되고 프로 선수의 길, 국가 대표 선수의 길을 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미권 대학이 스포츠 경험을 중시하는 이유는 리더십과 인성, 협동심 등을 체화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이 스포츠를 중시하는 이유는 산업적 측면과 더불어 교육적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 흐름 속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투자해야 하는 분야가 스포츠다.
스포츠가 공공 사업이 되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경쟁의 가치는 승리지상주의, 결과지상주의가 아니다. 함께 만드는 승리, 선의의 경쟁, 정정당당한 승리다. 김 위원장은 "사람들이 위닝 멘털리티의 개념에 대해 잘못알고 있다.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게 아니라, 실패와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위닝 멘털리티"라고 했다.

▲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 두 번째 기회: 사회가 만들어야 하고, 나 자신도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실패를 두려워 한다. 두 번째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고, 두 번째 호흡을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부하는 운동 선수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운동하는 학생도 생각해야 한다. 이분법으로 나눠선 안된다. 공부와 운동이 자연스럽게 함께 이뤄지는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축구와 공부가 분리되지 않고, 생활 체육이 자연스럽게 일치되는 여건이 마련되면 지금 한국 교육과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다 큰 틀의 고민과 비전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 시장이 축소되고 위축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한 이동준 디제니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 축구계에 두 번째 기회를 만드는 것을 본인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삼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신드롬은 그 첫 번째 큰 성과다. 
국내에서 지도자 경력에 위기를 맞았던 박항서 감독을 동남아시아에서 재기시킨 이동준 대표는 유소년 선수 단계부터 이 같은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이후 삶이 망가지고, 축구를 준비하다 길을 잃은 젊은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사례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프로 선수를 하다가 대리운전 기사가 된 사례도 있었다. 축구를 그만두면 또 다른 일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더라. 그 길을 만들고 싶다."
이 대표는 최근 말레이시아 지역 HELP 대학교와 연계해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고, 영어 공부와 다양한 전공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FC아브닐을 창단했다. 축구 선수로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면서, 대학 교육을 받으며 국제 스포츠 업계 혹은 전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교 시절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되는 FC아브닐 프로젝트는 한국 축구의 현실 안에 개인이 추진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유일한 길은 아니다. 더욱 많은 길이 생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김 변호사는 "운동 선수가 어떤 부분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못할 게 없다. 일반적으로 공부만 한 학생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 대학 가서 공부해도 늦지 않다. 하면 좋다, 필요하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포인트를 갖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항서 감독도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나면 승부근성이 생긴다"고 했다. 운동을 하다가 공부의 길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공부만 해온 학생들에게 동시에 줄 수 있는 메시지다.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하지만, 사회가 변하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다. 개개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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