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도 포천 김희태축구센터를 찾았다. 높은 산 중턱 해발 300m 고지에 아담하게 들어선 축구센터는 저녁시간이 되자 이내 바깥세계와 동떨어진 별천지로 변했다.

밤 8시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테이프 커팅과 함께 숙소 앞 인조구장 내 각종 시설물들이 저마다의 불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 스크린이 펼쳐진 가운데 드론(무인항공기)이 떠다니며 곳곳을 살피고 있었다. 김희태(62) 이사장이 “이런 시설은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자랑한 ‘축구클리닉 전용구장’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자리에서 체력단련은 물론 패스와 드리블, 슈팅 훈련까지 벌일 수 있게 고안한 클리닉 구장의 핵심은 ‘빛’이다. 시설물에 담긴 빛을 활용해 훈련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까지 곁들인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이곳에 신나는 음악까지 곁들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희태 축구센터는 얼마 전에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쿵푸의 발상지인 중국 소림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축구와 무술엔 어떤 공통분모가 숨어 있을까. 김 이사장은 “소림사의 수련생 중에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꽤 많다”며 “그들은 운동신경이 뛰어난 반면 공을 다루는 기술이 아직 미흡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축구 기술을 전수하고 우리는 그들의 유연성과 민첩성 등을 배운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태 이사장은 별난 사람이다. 현역 시절엔 대표팀 붙박이 풀백이자 ‘차범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도자로서도 탄탄대로였다.

아주대 감독 시절 안정환 이민성 우성용을 길러내며 능력을 인정받아 대우 로얄즈(부산) 사령탑을 역임했다.

1995년엔 “뛰어난 선수를 길러낸다면 성적은 안 좋아도 된다”는 총장의 확답을 들은 뒤에야 명지대에 부임, 결국 박지성 정광민 박재홍 등을 키워내며 약속을 지켰다.

대학축구 최고의 스타메이커였지만 2002년 월드컵 직후엔 연고라고는 과거 초등학교를 다닌 것 밖에 없는 포천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축구센터를 세웠다.

축구센터 초창기 시절, 하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한 상급생 부모들의 민원이 쇄도하자 아예 초등부 축구팀을 해체시켜 버렸다.

최근엔 K3리그 경기 도중 잘못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FC의정부 감독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런 뚝심과 도전 정신이 형형색색 불빛을 활용한 클럽 같은 축구 클리닉, 소림사와 교류하는 이색 축구센터의 모태가 됐다.

어떤 이들은 이같은 시도를 무모한 발상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오랫동안 그려온 청사진을 이제야 내놓았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성패 여부를 떠나 김 이사장의 이색 프로젝트는 참신한 기획과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그동안 지도자 김희태가 이뤄온 성과물들을 가벼이 넘길 수 없기에 오히려 기대가 높다고도 할 수 있겠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축구의 새로운 모범사례를 김희태축구센터가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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